전 날 이자카야에서 술을 꽤나 많이 마셨지만 잠을 많이 자서 해장은 딱히 필요 없어 교토를 둘러
보기 전 아침 식사로 현지 가정식을 먹어보고 싶어 찾던 중 어느 식당을 발견했다.
이 식당은 먼저 반찬 코너에서 반찬을 셀프로 골라서 카운터로 가지고 가면, 거기서 밥과 국을 따로 주문해서 계산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의 좋은 점은 백반 정식을 먹다 보면 안 먹는 반찬이 아까운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인데, 그런 것 없이 원하는 반찬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맛은 딱 사진을 보고 상상하는 그 맛처럼 무난하나, 일본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인데, 어딜 가나 밥이 항상 맛있었고 이곳 역시 밥이 아주 맛있었다. 그렇게 설거지하듯 깔끔하게 아침식사를 비운 나는 먼저 난젠지로 향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교토 여행을 즐기는데, 나는 자전거를 타고 교토를 둘러보기로 했고, 렌탈샵에서자전거를 빌려 경로를 짜서 이동하기로 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교토 첫 관광으로 난젠지로 정했다.
참고로 교토는 관광지마다 자전거 주차장이 유료, 무료가 있기 때문에 주의하자!(렌탈샵에서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올라가다 보면 '삼문'이라고 하는 목조 건물이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어 보기 좋았다. 입장료를 내면 2층에서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데, 나는 비싸다고 생각해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에 옆에 있는 '텐주안'이라고 하는 정원에 입장료를
내고 구경을 하러 갔다.(아마 입장료가 비슷했을 것이다.)
둘러볼 때는 몰랐는데 찾아보니 여기는 '액자 정원'이라고 불리며, 가을에 단풍 사진 명소로 유명
하다고 한다. 내부는 들어갈 수 없고, 이 사진을 찍을 당시는 여름에 가까운, 아니 그냥 여름이어서 단풍은 볼 수 없었다.
단풍은 없었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처럼 멋있는 정원이 펼쳐졌다. 규모가 막 우와아 크지는 않지만, 어디를 찍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관광지였다.그렇게 텐주안 구경을 마치고 수로각으로 이동하였다.
수로각은 포토존으로 유명했는데 나는 혼자기도 하고 '나'를 찍은 사진보다는 경치나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삼문이나 텐주안보다는 살짝 흥미가 떨어졌다.(그래도 멋있었다.)
난젠지 구경을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찾아 철학의 길을 통해 지쇼지로 향했다.
철학의 길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도 좋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철학의 길을 통해 지쇼지에 도착한 후 자전거를 주차하고 너무 덥고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우동은 우동 맛이고 양이 많아 좋았다. 콜라는 비싸서 주문 안 하려 했으나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콜라를 간절히 원해서 추가로 시켰다. 콜라는 콜라였다. 우동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입장권을
구입하여 지쇼지로 들어갔다.
모래로 된 작품을 보며 한편으로 신기하다가도 문득 지나가는 생각으로 '비나 바람이 불면 관리하기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들 구경을 마치고 안내판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지쇼지
역시 교토 감성 물씬 풍기기 시작했다.
동전이 저렇게나 많지만, 내가 갔을 때는 동전 던지는 사람들은 못 봤다. 아마 다들 메인 퀘스트인 '지쇼지 완주하기(0/1)'에 집중한 듯하다. 나도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전망대로 이동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고즈넉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산이 없었던 나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이동하다 그냥 빠르게 구경하고 출구 쪽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지쇼지 구경을 마치고 비를 피하면서 복구해야 할 모래작품들을 생각하며 연민을 느끼던 중, 진짜 걱정해야 하는 자전거가 생각이 났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소나기여서 빨리 비가 그쳤지만 자전거를 찾으러 갔을 때 이미 다 젖어있었다. 그래도 이 날 지쇼지가 마지막 일정이어서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무리해서 돌아다녀서였을까 비를 맞아서였을까 몸이 안 좋아진 나는 숙소에서 목욕을 하고 휴식을 취했다. 어느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컨디션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술은 마시지 않기로 했다.
해외여행 가서 한식을 먹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 그것도 3일 만에....
일본 음식들은 입맛에 맞아 맛있게 잘 먹고 다녔지만, 정말 아쉬운 것이라면 마늘 맛과 얼큰함이
없기 때문에 속이 니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숙소 근처 한식당에 가서 된장찌개를 시켜 먹었다.
살짝 단 맛이 느껴졌지만 마늘의 깊은 맛과 청양고추의 맛이 국에 스며들어 주는 얼큰함이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늘+얼큰함 수혈을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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