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밥, 미소된장국 그리고 연어구이로 아침을 시작했다. 기억상 일본에서 김밥천국과 비슷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었는데, 역시 실패 없는 맛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원래 이 날 아라시야마, 금각사를 갈 예정이었으나, 전 날 자전거로 했던 여행이 좋았기도 하고 교토에서의 마지막은 여유롭게 즐기자는 생각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목적지 없이 교토를 누비기로 했다.
교토의 거리를 구경하다 발견한 엄청 큰 절이 보였다. 이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곳은 '지온인'이라고 하는 불교 사찰이다.
계단이 생각보다 많아 살짝 망설여졌지만, 그 뒤 별다른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계단을 다 올라가니 넓은 광장과 큰 건축물들이 반겨주어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었 좋았다. 또한,
다른 관광지보다는 비교적 사람들이 적어서 쾌적하고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고 더군다나 불교에서 주는 특유의 느낌이 만나 아주 편안함 느낌이 들었다.
지온인을 구경하고 내려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찍었던 사진이다.
사실 이날 야사카 신사와 공원, 니시키 시장도 구경하러 갔었는데 일정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마저 없애버렸던 것일까... 글을 쓰는 현재, 거짓말처럼 깨끗한 사진첩을 보며 아쉬움이 생겼다. 그래도 이 날 사진을 잃었지만 맛있는 식당을 찾아 만족한다.
바로 '도쿠라 교토'라는 함박스테이크 맛집이다. 비록 웨이팅이 있었지만 못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고, 기다리고 있으면 직원분이 오셔서 메뉴를 주문 받고 가기 때문에 들어가면 음식도 금방 나왔다.
맥주는 언제나 맛있었고 이 식당의 주인공인 함박스테이크는 소스도 간이 딱 맞게 맛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육즙이 넘치다 못해 터졌었다.솔직히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과장되게 찍은 사진인 줄 알았는데, 젓가락이 들어가자마자 육즙과 함께 감탄도 같이 터졌다.
정말로 대단히 상당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깐 숙소에서 휴식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분명히 알람을 맞췄었는데... 일어나 보니 햇빛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관광지로 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되어서 그냥 술을 마시기로 했다. 술집 역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갔는데, 안에 꽤나 분위기가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메뉴가 전부 수필로 되어있어서 휴대폰으로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주문을
하기 어려웠었다. 그래서 직원분에게 추천을 맡아 모둠 사시미와 사케 샘플러를 주문했다.
술을 먹을 때 최고의 안주는 회라고 생각하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회는 종류 하나하나마다 전부 비리거나 질김없이 입에서 살살 녹아 혀를 자극해 주었다. 그대로 사케를 홀짝이니 천상이었다.
사실 이 술집이 조금 비싼 술집이어서 천천히 오래도록 분위기와 맛을 즐기려 했으나, 회나 술이나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나는 이성의 끈을 그대로 놓아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 먹어버렸다.
더 시키자니 가격이 부담스러워 차마 그러지는 못 하고 근처에 있는 야키토리집으로 2차를 갔다.
이 술집에는 메가비루가 있었는데 이름에 걸맞게 거의 700~800cc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맥주잔이 등장했다. 맥주도 안주도 특별한 맛이라고 할 것 없이 충분히 예상이 가는 맛이었지만, 이 집의 메리트는 실내흡연이다.
이 점은 흡연자에게는 장점이 비흡연자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는데, 나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야키토리에 담배까지 맥주와 함께 즐기니 메가비루로만 3~4잔 정도 먹은 것 같다.
안주가 부족해 시켰던 닭날개 였던 것 같은데, 사진에서 알코올 향이 느껴진다.
그렇게 점점 취해가며 교토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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